[천년고찰 춘천 청평사 여행]
토요일에 집에서 늦잠이나 자봐야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갈 뿐이라 무작정 배낭에 카메라만 둘러메고 차를 움직여 소양강 댐 주차장으로 향했다. 춘천에서 살다보니 여유있게 출발해도 시간에 어려움이 없는 건 장점이지만 가끔가다 보면 주말 12시가 넘어갈 때 즈음해서 외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주차장길에서 30분 이상 무한대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배를 타고 청평사로 갈 사람들이라면 오전10시 정도까지는 와야 할 듯하다.
예전에는 댐 정상 주차장에서 바로 내려보이는 선착장에서 배를 탔는데 지금은 그쪽은 없어지고 다시 몇백미터 걸어나와서 내려가야 배타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갈수기때는 평균수위 아래로 3~4M이상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며칠 전까지 눈비가 와서 아직 수량 부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아 보인다.
DSLR 카메라가 대체로 누렇게 나오는 것 같아 화이트밸런스를 기준 5300K 보다 약간 낮추어 5100K로 아예 수동으로 낮춰놓고 찍었다. 50mm나 200mm 망원렌즈도 가지고 가긴 했는데 인물사진 찍을 것도 아니고 아웃포커싱 할 목적도 아니라 그냥 35mm 단렌즈 하나하고 막강 갤럭시 S22 울트라 휴대폰 카메라로만 번갈아가며 촬영하기로 했다.
풍경사진이다보니 팬포커싱을 위해 A모드에서 조리개값을 F10 이상으로 설정해놓고 스팟측광으로 노출값만 지정,고정해놓으면서 촬영을 했다. 유튜브 강의를 보니 내 렌즈는 3m~무한대까지 초점이 맞는 렌즈로 나오던데 실제 해보니 초점거리가 3m가 넘어도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아서 정말 수동으로 미세하게 조정하느라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주말이라 30분 간격으로 배 2대가 번갈아가며 운행을 하고 있었으며 왕복표를 한번에 끊으면 성인 1만원, 편도만 끊으면 각각 6천원씩이라 1만2천원이다. 복귀하는 편도 배편은 청평사 선착장에 매표소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배가 도착하면 직원에게 휴대용 결제 단말기로 결제해야 해서 번거롭다. 매표 시 복귀 배편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시간 맞춰서 선착장에 아무때나 와서 타는 것이니 가급적 한번에 왕복으로 끊어놓는 것이 낫다.
배가 접안하기 시작하면 너나 할것 없이 우르르 일어나 줄을 서기 시작한다. 어두운 물 색깔을 노출로 맞추니 주변이 생각보다 더 환하게 나왔다.
오랜만에 배를 타 본다. 청평사 선착장까지는 15분~20분 정도면 도착한다. 소양호에는 아직 봄이 깃들지 않아서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보이니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가는 따뜻한 주말이다보니 벌써 배를 타고 청평사로 향하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얼추 보니 60대 이상이 50%, 40~50대가 30%, 20대 이하가 20% 정도 인 듯 하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두 시간동안 본 적이 없다는 슬픈 사실은 비밀로 하고 싶다.
해가 내리쬐는 곳에 서있으니 조리개를 중간정도로 조이고 ISO를 100까지 낮췄는데도 셔터스피드가 아주 넉넉하니 1/4000초까지 나온다. 진짜 카메라 플래시를 하나 달아야 하나.
청평사 선착장에서 청평사로 향하는 초입에는 짧은 출렁다리도 설치되어 있다. 바로 옆에 다리가 있는데 굳이 그 옆에 길지도 않은 출렁다리를 왜 놓았는지 잘 이해는 안된다. 고소공포증 있는 나도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
부용가든은 청평사로 향하는 초입에 위치한 식당인데 앞 파라솔 테이블도 많아 배 타고 들어온 사람들 상당수가 오자마자 앉아 파전, 감자전에 막걸리부터 걸치는 곳이다. 요즘 칡이 나오는 시즌이라 페트병 하나에 담은 착즙액을 1만원에 팔고있는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에 가시는 중년부부는 내내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즐거운 이야기들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저런 날이 오려나.
보통 어디 관광지를 다니면 귀찮아서 이런 글 일일이 안보는 편인데 혼자 다니면서 시간 구애도 없으니 꼼꼼이 읽어보게 된다. 조형물까지 들어갈 수 있어서 어린 학생들은 앞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한다.
초입에 있는 부용식당에서 청평사까지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중간에 식당을 하나 더 거치고 꽤 올라갔는데도 아직 700M나 남았다. 성인 걸음으로 20분은 족히 걸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고려시대 이자현이라는 사람은 37년간 청평사에 머물렀다니 그에게 이 곳은 도대체 어떤 정도의 의미가 있었을 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주변에 소나무 9그루가 있다하여 이름붙여진 '구송폭포'는 청평사로 향하는 길에서 단연 장관이다. 바로 앞까지 들어가 촬영할 수는 있는데 뒤에 사람들이 줄줄이 기다리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일행들만 반복적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때문에 눈살이 찌뿌려지기도 했다.
삼각대를 가지고 가긴 했지만 온통 돌밭이라 거치가 쉽지 않을 듯하여 바위 위에 카메라를 받쳐놓고 0.6초 정도로 셔터스피드를 설정했고 노출값을 다운시켜 흰색 물줄기와 어두운 돌의 색감이 좀 더 대비될 수 있도록 하여 촬영하였다. 조리개를 거의 최대치인 22까지 조였는데도 강한 햇살에는 더 느린 셔터스피드를 만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청평사 입구에 도착해서 삼각대를 설치 후 DSLR 과 휴대폰을 이용해서 '회전문'을 촬영해보았다. 역시 크롭DSLR이라 그런지 35mm 렌즈임에도 줌 효과가 나타나 마치 50mm 렌즈 화각 정도로 좁아지게 촬영이 되었고 오히려 갤럭시s22 울트라로 촬영한 사진은 28mm 광각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서 전체가 다 넓게 보이지만 좌우측은 약간의 왜곡이 보이기는 한다. 이 전경이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곳이라 하는데 특히 가을이면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더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고 한다.
청평사는 웅장하고 화려한 절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물씬 풍기는 단아한 사찰이다. 돌과 나무에 낀 녹색의 이끼들이 그런 풍경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청평사에서 돌아 내려오려고 하니 입구 큰 나무에 저렇게 겨우살이 덩어리가 떡 하니 붙어 자라고 있다. 약초꾼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약재이겠지만 이 곳에서는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로 놓아두는 것 같다.
갤럭시 S22울트라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봄에 가장 빨리 피는 꽃인 '생강나무꽃'을 찍어보았다. 자세히 보면 산수유꽃은 꽃술이 좀더 몽글몽글한 알맹이처럼 생겼고 꽃이 별도의 잔가지 끝에 붙어있지만 생강나무는 좀 더 꽃잎과 같은 모양이고 가지에 바짝 붙어서 핀다.
[청평사 여행 후기]
청평사는 뱃길도 길지 않고 산행길도 힘들고 어렵지 않아 무릎이나 발목이 아픈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등산스틱이나 등산화도 필요없다. 청평사 산길로 접어들면 그늘이 많아 선크림이나 모자도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토요일 오후에 소양강뱃길을 이용하려면 가급적 정상주차장 말고 댐 올라오는 도중에 있는 소양강댐 2,3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산행을 다녀오면 본능적으로 파전에 막걸리가 당기지만 운전을 해야한다면 시원한 식혜 하나로 아쉬움을 달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기를 당부한다.
그저 필요한 게 있다면 자연을 온전히 느끼려는 편안한 마음만 가지고 가면 된다.
[사진촬영 후기]
DSLR 카메라를 가지고 해가 쨍쨍한 외부에서 가장 설정하기 어려운 것은 역시 노출값인 것 같다. ISO를 더 이상 낮출수도 없는데 스팟측광으로 밝은 부분을 측정하면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오기 때문이다. 노출값을 수동으로 -2.0EV 정도 낮춰도 쉽지 않은 경우도 꽤 많다. 역시 순간 촬영은 경험과 익숙한 카메라가 필수 인 듯하다.
간혹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미러리스를 사용하시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 미러리스는 풀프레임도 있어 화각의 손해를 보지 않고 DSLR보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렌즈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가볍고 얇은 바디로 인한 휴대성의 편리함은 정말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일부 미러리스 카메라는 작은 크기로 인해 오른손 그립공간이 충분치 않고 LCD화면도 작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역시 구매 전에 실물을 확인해보고 결정하는 게 가장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장만한 ACE PHOTO TMK555 삼각대를 출사해서 사용해보니 펴고 접는것은 매우 편했지만 역시 반수동으로 각도 조절하는것은 좀 더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 나에게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내 키가 180CM인데 삼각대를 최대로 높여도 LCD화면이 150CM 정도 높이인데 더구나 LCD보다 뷰파인더를 더 애정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어쩔수 없이 허리를 더 많이 숙여야 해서 불편감이 꽤 있었다. 그래도 가벼운 생활사진이나 스냅사진등을 위한 삼각대로는 범용성이 좋을 듯 하여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다음에 고급형 삼각대를 구매할 때는 최소 170CM 이상 높이를 확보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꼭 선택지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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