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보니 알 것 같습니다 ]
2012년 어느 가을. 평창 대관령면(옛 횡계) 톨게이트 근처의 김치찌개 식당 벽에 큼지막하게 붙여있던 '부모'에 대한 현수막이 있었습니다. 큰 식당이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볼 수 밖에 없는 글이었는데 이걸 볼 때마다 '그럴수 있겠다'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이가 3,4살 밖에 안되었고 아이도 할아버지,할머니가 키워주시고 계셨기 때문에 정작 아이 부모인 저는 크게 현실감 있게 와닿지는 않았었습니다.
저 때 제 나이가 37세 정도였으니 적은 나이는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 때도 참 철이 없었던 자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일주일 내내 전화한통 안하고 살던 시기였으니까요.
지금 제 자식놈이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나이가 되어보니 제가 저 현수막에 적힌 부모의 위치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추상적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 특히 공감되는 부분 ]
[ '자신위해 쓰는돈은 아낌없이 쓰건만은 부모위해 쓰는돈은 하나둘씩 따져보네' ]
얼마 전 아들녀석이 음악 미디편집을 한다고 장비를 사달라고 하고 피아노를 전공한다고 해서 신디사이저를 사주었죠. 집에 생수말고 정수기로 쓰고싶다해서 결국 집에 정수기를 새로 들였습니다. 다 합치면 수백만원 들었습니다. 반면에 지난 12월 말 저희 부모님 생신이었을 때 용돈 20만원, 30만원이 적당할 지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 '제 자식의 오줌똥은 맨손으로 주무르나 부모님의 기침가래 불결하여 밥못먹네' ]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같이 하는 식사자리에서 국을 냄비채로 올려놓고 먹던 수저로 휘휘 저어가며 드십니다. 반찬도 수저로 막 떠서 드십니다. 뭐라 불쾌하다는 의사표현을 해도 별로 거리끼지 않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부모님댁에 가면 저는 냉장고에 있던 반찬을 안먹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토하고 장염에 설사까지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으로 치우고 빨래하고 다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반성의 시간 ]
부모님의 속을 박박 긁던 제가 어느덧 그 때의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혼자 다 커버린 아이를 부양하다보니 편부모가 아이를 양육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건지 처음 느껴보게 되었고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하고 싶어하시는 걸 최대한 하시게끔 밀어드리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자녀의 입장에 있었을 때는 '왜 우리부모는 저렇게 고지식하고 보수적이고 매사에 부정적이지?' 라며 부모를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고 가급적 얼굴을 마주치거나 같이 식사하는 것도 피하곤 했었는데 어느날 제 아들녀석이 비슷한 말을 저에게 하는 것을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들녀석의 이기적이고 날 선 말로 인해 기분이 상할 때마다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들과 어렸을 때 참 많은 여행도 다니고 캠핑도 다니고 다양한 체험을 위해 정말 많은 곳을 데리고 다녀봤는데 결국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무조건 잘 해주려고 한 것이 정답은 아니었구나 가르칠 것은 직접 가르쳤어야 했구나 하는 후회를 자주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양육하는 것을 어지간하면 피하라고 직원들에게도 자주 얘기하고 있습니다. 힘들어도 아이는 부모가 직접 양육해야 합니다. 대체로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는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양육하는 아이들에 비해 버릇이 없어지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자란 아이는 사회성이 결여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지 않게 엄하고 단호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휴대폰 게임,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서부터 아이가 완전히 변하기 시작하고 가족들과 대화나 외출이 단절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 대회도 나갈정도로 게임을 많이 해봐서 그 폐혜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게임은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말초적 즐거움에 익숙해져버리면 중장기로 꾸준히 배우고 익히는 것들을 못견뎌하고 지루해합니다. 게임에 빠지면 장점은 1%, 단점은 99%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코로나 때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사이비 종교에 십수만명이나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것 처럼 그리고 매년 수많은 사람들의 금연의지가 꺾이는 것 만큼 게임중독도 정말 빠져나오기 힘든 질병입니다.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 하면서 지내세요. 내 부모님도 누군가에게는 귀엽고 애틋한 자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부모가 된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감과 자기 희생이 뒷받침 되어야 해요.
가정의 구성원이라면 친구, 종교 어느 것 보다도 가족을 1순위로 지켜야 하고 돌봐야 합니다. 결국 내가 어렵고 힘들때 마지막까지 내 주변에 남아있는 건 내 가족, 특히 내 부모님입니다. 그러니 저 현수막에 써져있는 것에 해당되지 않도록 노력하셔야 하구요.^^
토요일 저녁. 모두 행복하고 따뜻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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