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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살림) 오징어볶음과 혼술 막걸리

by 호기심아빠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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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물가 깜놀]

엊그제 한국 대 바레인 아시안컵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라 퇴근하고 오면서 이것저것 장을 봐서 아들녀석과 맛있는 저녁을 같이 해 먹으려고 했건만 집에 도착하니 왔냐갔냐 인사 한마디 없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롤 게임에 정신이 없네요.

 

저런 모습을 보면 요즘 딩크,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참 정답일 수 있겠구나 하는 현실적이 생각이 듭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은 애한테 이것저것 다 들어가는데 저렇게 예의없는 모습을 볼 때면 참 마음이 복잡합니다.게임에 중독되면 뇌 한쪽 부분이 정상보다 부풀어오르고 다른 부분의 판단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얼마 전 의학채널에서도 나오던데...

 

생물 오징어 겁나 비싸네요. 두마리에 이게 맞는 가격인가? 생물 오징어 두마리에 15,700원? 어후... 이건 뭐 육고기값이나 별반 차이가 없네요. 그램 수로만 따지면 오히려 더 비싼 것 같아요.

 

오징어 손질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적으로 응가색과 같은 내장을 터트리지 말고 속을 잡아 빼내야 한다는 거에요. 가위를 머릿속에 집어넣어 똑똑 끊어주고 쭉 잡아당기면 깨끗하게 몸체와 다리부분이 분리됩니다.

생물 오징어 두마리에 15,700원 , 우측은 내장빼고 손질한 모습

 

그런데 바로 옆에는 총알오징어라고 이름붙여서 작은 새끼오징어를 같이 팔더라구요. 총알오징어는 다 자라지 않은 오징어를 판매하는 거라 금어기도 있고 금지체장 기준도 있을 정도로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규제하고 있는데 판매가 가능한건지는 처음 알았네요.

 

 

[오징어 볶음과 혼술 막걸리]

오징어를 자르고 당근, 양파를 채썰어서 고추장, 간장, 고추가루를 넣고 오징어볶음을 만들어봤습니다. 고추가루를 너무 많이 넣으면 양념을 빨아들여서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뻑뻑해지기 때문에 저는 고추장을 조금 더 많이 넣고 고추가루는 조금씩 추가하면서 넣습니다. 만약 단맛이 별로 없는 집고추장을 사용하신다면 시중에서 파는 새빨간 고추장을 반 정도 섞어 쓰시던가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조금 넣고 매실액을 한두스푼 더 첨가하면 됩니다. 양파는 생각보다 많이 넣어도 볶으면 숨이 죽어 잘 안보이니 오징어 한마리에 양파 한개 반 정도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보통 간마늘만 사용하지만 풍미를 좀 더 강하게 살리고 싶다면 간생강이나 생강즙을 첨가하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기껏 이렇게 만들어서 저녁을 먹으려했더니 아들녀석은 방구석에서 문도 열어보지 않고 "나 저녁 안먹어! 아까 떡볶이 먹었어" 이러네요. 하....이걸 그냥...(나쁜 생각중...)

 

결국 혼자 저렇게 차려놓고 아시안컵 축구경기 바레인전을 보려고 했는데 인터넷 중계사이트 돌아다니다가전반전 다 끝날때까지도 생중계 못보고 그냥 지평막걸리 마시면서 '웰컴 투 삼달리'드라마 봤어요.막걸리 하나로는 부족해서 제주도 다녀오면서 사놨던 발렌타인 21년산을 딸까말까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참았네요.으.....소주를 샀어야 했는데...

 

지창욱 배우는 '웃어라 동해야' 드라마에서 처음 보고 완전 빠졌는데 참 연기 잘 하네요. 신혜선 배우와 찰떡궁합인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명이 진짜 커플이 되었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배우 모두 목소리도 좋고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들이라 그냥 저도 모르게 같이 웃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제 아들녀석도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꼭 배려심 많고 잘 웃고 긍정적인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음식에 담긴 추억과 의미]

강원도 사람들에게 오징어란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깊은 추억과 감성이 서려있습니다.

오징어의 본고장으로서 강원도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니들 이거 이렇게 먹어봤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부심이 뿜뿜 있었거든요. 동해안에서 회를 주문하면 오징어 회는 스키다시로 무한정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요즘 양미리 퍼주는 것 보다 더 많이 퍼주던 게 강원도 오징어였는데 지금은 너무 수확량이 적으니 그런 인심도 없어져서 참 아쉽네요. 언제 다시 오징어가 동해안 어장에 넘쳐나는 날이 오게될까요.

 

음식은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다 채워진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먹는 식사에 금칠로 세팅한다고 해서 만족감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할머니의 손맛,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고 그 맛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가족 및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며 소소하게 살아가는 일상이 평범한 우리네 삶이 아닐까 합니다. '정'이라는 건 한국사람들에게 '음식'으로 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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