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면서 산 어묵 한 봉지로 완성한 무뚝뚝한 아들과의 저녁식사 ]
오늘 혹한의 한파속에 별 탈없이 다들 집에 잘 들어가셨나요?
저녁 퇴근 무렵 해가 지기 시작하니 본격적인 추위가 또 찾아왔네요. 미국은 영하 50도가 넘어가는 북극한파 때문에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투모로우'영화처럼 빙하기가 또 다시 찾아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지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개체수를 줄이는 환경변화를 이미 시작했다고 하는 얘기도 있던데 저는 길고양이도 돌봐주고 어린이단체 기부도 하고 착한 일 많이 하고 있으니 지구가 저는 좀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퇴근하면서 사무실에서 돌보는 길고양이 집에 핫팩 하나 넣어주고 온수도 보충해준 뒤 뿌듯한 마음에 운전하며 오다보니 아들녀석 먹을 국거리가 마땅찮더라구요. 김치콩나물국도 한번 했었고 어제는 두부넣고 된장찌개도 먹었으니 같은 음식 두번은 안먹는 이녀석을 위해 다른 국거리를 해야 했는데 싸고 간단하면서도 호불호 적은 어묵탕이 떠올라서 오는길에 마트에 가서 장을 조금 봤습니다.
마트에 한번 가면 이것저것 사다보니 이러다 정말 집안살림 거덜 날 수도 있겠어요. 조심조심...
집에 오자마자 허물 벗어놓듯이 옷을 갈아입고 방구석에서 차려놓는 밥만 기다리는 우리 집 식돌이를 위해 두다닥 어묵탕부터 끓였습니다.
[ 어묵탕 그까이꺼 대충 끓이는 방법 ]
- 구매한 어묵을 약간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귀찮으면 뜨거운 온수로 겉의 기름기만 제거
- 맹물은 생각보다 좀 작다 싶을 정도만 넣기
- 대파송송 그리고 간마늘 한스푼, (있으면)건다시마 한두조각
- 어묵은 점점 불어오르기 때문에 남자 성인 엄지손가락만하게 자르는게 좋음
- (있으면) 무 몇 조각
- 고춧가루 한 두 스푼(밝은 국산 태양초 고춧가루가 가장 좋음, 거무튀튀한 중국산 고춧가루 노노)
- 청양고추는 매운거 좋아하는 사람만 별도로 썰어 본인만 넣어 먹을 것
- 어묵 살때 들어있는 다시다 가루
- 어묵이 팅팅 불 때까지 끓이지 말고 탱탱한 식감이 있을 때 불을 끄고 그릇에 옮겨 담기
정확한 계량은 굳이 필요없고 너무 과하다 싶지만 않게 넣으시면 됩니다. 음식조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향이나 성분이 강한 마늘, 생강, 간장, 새우젓, 굴소스 등의 보조 식재료들은 생각보다 적은것 같다 정도로 넣으시고 중간중간 국물 맛을 보면서 첨가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물은 팔팔끓이다가 재료들이 들어갈 때는 중불로 줄여서 익혀야 겉은 부드럽게 익었는데 속은 단단한 불편한 질감을 경험하지 않으실겁니다.
양파는 국물요리에 너무 많이 넣으면 단맛이 높아져서 애매~~한 맛이 되니 굳이 안넣으셔도 되는데 죽어도 넣고싶다 하시는 분들은 1/4 정도만 쓰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해물다시팩, 디포리다시팩으로 국물을 우선 우려내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인스턴트 요리에 괜한 열정 과다 쏟지 마시구 어묵봉지 안에 국물용 다시다팩 있으면 그냥 그거 쓰세요.
정 MSG 쓰고 싶지 않다 하시는 분들은 팩으로 국물 내시면서 생 무를 나박썰기해서 한움큼 집어넣고 국간장을 반스푼정도 같이 넣으면 애매하고 아리까리한데 가벼우면서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뭔가 쫌 아숩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파를 더 때려넣고 새우젓을 티스푼 반정도만 살짝 넣어보세요. 이것도 맘에 안든다! 하시는 분들은 그냥 청양고추와 고춧가루까지 집어넣어 아예 매운 어묵탕으로 가야죠 뭐. 어쩌겠어요.
[ 어묵제품 별 차이 및 선택법 ]
- 고급어종제품(돔,광어,조기,갈치 혼합어묵)은 부드럽고 고소하며 식감이 쫄깃함(비쌈)
- 저가어종제품은 퍽퍽하고 거친 식감
- 연육함량이 높아야 고급제품이며 밀가루,전분함량이 높을 수록 저가제품
- 고온고압에서 빠르게 제조하는 방식은 쫄깃한 식감 유지
- 보존제가 적어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이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제품을 고를 것
[ 워킹대디의 어쩔 수 없는 방학기간 자녀 비상식량 마련 ]
일반 대형마트에 가면 냉동코너에 큰 봉지에 3~4인분용 1팩으로 구성된 볶음밥 종류들이 엄청 많습니다. 근데 대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맛이 다 좋을 거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는 않아요. 개인의 취향이 물론 있지만 정~~말 이건 아닌데 하는 것들도 많거든요. 이런 냉동 음식류들은 한 번 정도는 구매실패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시고 가급적 소용량으로 된 제품으로 사서 드셔보시고 정말 아니다 싶은 것들이나 괜찮다 싶은 것들은 따로 휴대폰으로 봉투 사진을 찍어놓는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MSG 섭취를 불편해한다 싶은 분들은 구매 금지입니다. 그냥 그러려니~~해야 합니다. 마트에서 파는 완성 식자재 중 MSG 안들어간거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저도 집에 MSG 조미료 하나도 없어요. 일하는 워킹대디이지만 아이 건강을 위해 가급적 제가 직접 육수를 우리고 보관했다가 사용하거든요. 사춘기라 여드름이 자꾸 나는데 화학조미료 쓴 가공식품 먹이는거 영 싫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저런 비상식량을 구매해 놓습니다. 아! 참! 저런 인스턴트 제품도 후라이팬에 조리할 때는 일단 파기름은 좀 내놓고 조리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냉동제품은 해동되는 과정에서 좀 애매한 비린내가 나기도 하는데 특히 육고기가 일부 포함된 제품은 더 그런 경향이 있거든요. 파기름이나 마늘기름을 좀 내놓으면 그런 잡내를 잡기에도 훨씬 수월합니다.
[ 남은 식자재로 아이 간식 만들어 보기 ]
어제 두부 된장찌개를 하고나서 반모 정도 남았길래 그냥 들기름에 구이를 할까 했는데 아이가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것 같아서 다른 걸 만들어봤어요. 예전에 어디 음식책에서 본 기억이 있어 해봤는데 아직 뉴런이 좀 살아있어서 뇌까지 잘 기억길이 이어져 있나 봅니다.
- 두부를 손으로 으깨서 수분을 꽉 빼줍니다.
- 전분가루를 반스푼정도 넣어서 찰기를 줍니다.
- 감자 옹심이 만들듯이 적당량을 뭉쳐줍니다.
- 식용유에 바짝 튀기면서 구워줍니다.(속까지 익을 수 있게 중불 이하로 오래 익힙니다)
- 기름을 빼고 설탕이나 설탕가루를 솔솔 뿌려줍니다.
뭐 복잡한거 없죠? 튀기면 전투화 쇠가죽도 맛있을거라고 하잖아요. 뭉칠 때 안에 작은 치즈조각을 넣어도 좋아요. 녹은 치즈가 두부하고 잘 어울리거든요.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들을 버리지 말고 그늘에 바짝 말려서 밀가루 반죽에 넣어 튀겨보세요. (물기 있는 채로 튀기면 기름폭탄 터집니다~~)
[ 마무리 ]
저는 대학때부터 자취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정석적으로 복잡하고 세밀한 요리법 보다는 눈대중으로 대충 경험적인 느낌으로 하는 편입니다. 속이 안좋다보니 간을 세게 안하려고 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좀 줄이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음식을 만들 때 재료의 맛이 슴슴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해보세요. 제발 국밥 먹듯이 후추에 고춧가루에 청양고추 때려넣고 뭐 이러지 말고요. 그럼 요리가 점점 디테일해지고 재미있어질거에요.
다음번에는 제가 주방에서 가장 아끼는 대장간에서 직접 구매한 식칼을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게 또 요리 좋아하는 사람은 칼 부심 막 뿜뿜 이래요.
오늘 날이 무지하게 춥네요. 제 최애 과자인 맛동산을 먹으며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신혜선씨와 지창욱씨가 나오는 삼달리 드라마를 편안히 보렵니다. 오늘 하루 또 살아내느라 모두 고생하셨네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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