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의 흐름따라 이어져온 춘천의 이야기]
1403년 조선 태종3년. '춘천'이라는 이름이 부여되고 나서 6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영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소양강의 줄기따라 수 많은 삶의 기쁨과 애환도 나타나고 사라졌으리라.
사람에게 나타나는 모든 세상만사도 묵묵히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속에서는 저 강물처럼 태연하게 흘러가버렸다.
[옛스럽고 거친 낭만으로 가득한 도시. 춘천]
군부정치에 반대하여 거리로 나선 열혈 젊은이들을 향해 터져나온 매캐한 최루냄새가 전국 어디서나 가득하던 8,90년대 초,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머니 사정 팍팍한 대학생들이 청바지에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소주와 삼겹살 몇 덩어리를 채운 배낭을 걸쳐 메고 좁고 입석 가득한 시끌시끌한 춘천행 단선 무궁화호 열차에서 각자의 추억을 쌓았다면 지금은 춘천역까지 운행하는 전철과 ITX로 옆 집 드나들듯이 한시간도 안돼서 춘천의 한 가운데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솥단지를 들고 배를 타고 들어가 노지캠핑을 하던 하중도 유원지는 이제 '레고랜드'관광지로 변화하였고 눈만 돌리면 보이던 군인들의 모습도 이제는 예전만 못하지만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다정히 손을 잡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곰신들을 보면 20년전 내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오랜 세월, 떠들썩한 친구들과 그리고 애틋한 연인과 보냈던 젊은 시절 추억을 되새기는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지만 지금 혼자 떠나고 싶은 누구에게도 춘천은 더할 나위가 없다.
[닭갈비와 막국수. 다음은 카페촌]
배용준의 겨울연가 촬영지 인기에 힘입어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은 어느새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가 되어버렸고, 대신 지역민들과 국내 여행객들은 '통나무집 닭갈비', '토담숯불닭갈비','큰지붕닭갈비','샘밭막국수'등 유명 음식점이 밀집해있는신북읍 천전리 '소양댐 막국수거리'쪽으로 이동했다. 이런 특이점으로 인해 춘천의 대표 먹거리는 닭갈비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왔다.
그러나, 춘천에는 닭갈비 못지 않게 입과 눈을 즐겁게하는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페촌’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이 들어서있는 동면 만천리 일대 한국관광공사에서 '물레길'과 함께 춘천의 가볼만한 곳으로 소개한 구봉산 '산토리니 카페' 가 있으며, 그 주변으로 많은 대형카페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빼곡히 들어서있고 높은 곳에서 춘천 시내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어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매장들이 대형화되고 유명세가 확대되면서 판매되는 음료와 디저트등의 단가가 다른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투박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개인 카페들이 서서히 규모와 다양성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아마 높아진 토지비로 인해 자금력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 개인 브랜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에 더 이상 적합한 장소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커피의 다양한 맛과 향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너무 아쉬운 일이다.
[춘천의 이색카페 여행]
최근들어 급 부상하고 있는 춘천의 핫 플레이스 카페는 ①신북읍 지내리의 '소울로스터리' ②동내면 신촌리 '카페드 220볼트' ③근화동 '리버레인' ④학곡리 '와이어드커피' 를 꼽을 수 있다.
소양강 인근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즐겼다면 소울로스터리의 멋드러진 솔밭감성과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시그니처 메뉴인 옥수수커피 한잔이 제 역할을 해 줄 것이고, 무엇보다 실력을 검증받은 제대로 된 커피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신촌리의 카페드 220볼트를 우선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바리스타 챔피언이 볶아내는 로스터리 커피와 시골동네의 소담스런 분위기가 어우려져 마음이 노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심지와 가까운 리버레인 카페는 레고랜드 진입교량 앞에 위치해 있는 대형 카페로 주차장이 예식장 수준이지만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는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춘천역 바로 건너편이라 이용하기도 편리하고 특히 레고랜드와 소양강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통창 앞 자리는 언제나 만석이다.
학곡리 와이어드커피는 커피 외에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음료메뉴가 인기가 좋다. 고속도로 노선 진입로 근처에 위치해있어서 춘천 여행을 마치고 달달한 딸기라떼 한잔으로 마무리 하는 것도 꽤 그럴싸 하다. 야외 자리가 포인트이나 여름과 겨울에는 날씨탓에 이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와이어드카페 바로 옆 세계주류마켓은 희귀한 와인,위스키를 구하려고 전국에서 몰려들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니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자 한다면 한번 들러서 구경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아마 빈 손으로 나오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것.
[동면 신촌리 카페드 200볼트]
[근화동 리버레인]
[동내면 학곡리 와이어드커피]
[겨울의 춘천여행]
춘천의 겨울은 강원도 어느 곳 못지않게 매서운 동장군이 지키고 있다.
벛꽃과 단풍으로 물든 봄,가을의 소양강변을 여유있게 즐기지 못했다면 겨울에는 테마여행이 적당할 듯 싶다.
춘천역 앞에서는 시티투어 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으니 열차 여행객들은 색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다.
2024년 새로운 봄의 전령이 당도하게 되는 날, 삼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나와 강촌역과 김유정역을 연결하는 레일바이크를 다시 힘차게 밟아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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